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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의 가치를 되돌아보다 (2)

정치

by 중도의 길 2019. 10. 23.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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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영화 '조커'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영화를 보고 나서 읽어주세요!

 

 

 

홍콩 출장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영화 '조커'를 관람하였다.

출장 이후 마음에 남는 여운을 영화로 달래볼 요량으로 새벽 1시에 집 근처 영화관으로 향하였다.

영화관에는 열댓 명의 젊은이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조커'를 관람하기 위해 온 사람들인 듯했다.

그들은 둘 혹은 셋이 모여서 영화 '조커'에 대한 기대감을 나누고 있었다.

 

영화는 기대 이상이었다.

주연인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도 일품이었지만, 주인공이 조커로 변해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묘사하고 있어 상영시간 내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주인공은 평범한 삶을 꿈꾸던 사람이었다. 

그가 살고 있는 고담시는 심한 빈부격차로 몸살을 앓고 있었고, 빈자에게 사회적 배려가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주인공은 아무리 힘들지라도 꿈을 잃지 않고, 홀어머니를 돌보며 근근이 평범한 사회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영화는 힘겨운 세상 속에서도 그가 삶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탱해 주던 버팀목들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그 버팀목들이 모두 사라졌을 때, 그가 추락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이 영화가 특이한 것은, 한 인간이 추락해가는 과정을 오히려 흥겹고 유쾌한 모습으로 묘사한다는 것이다.

매일매일 힘겹게 걸어 올라가던 계단을, 주인공은 마치 춤을 추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려온다.

모순이 가득한 사회에서는 오히려 제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말해주기라도 하듯이...

그리고 사회의 밑바닥으로 추락한 주인공은, 사회의 모순에 저항하기 위해 일어난 시민들에게 일종의 '사회 저항의 심벌(symbol)'로 인식되고 마침내 조커로 재탄생한다.

 

나에게 이 영화가 뜻깊었던 것은 비단, 영화 자체의 훌륭함 때문이 아니라 영화의 시의적절함 때문이었다.

마침, 사회의 모순과 불공정함에 맞서 일어난 홍콩 시위의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한 이후이기도 하였거니와, 한국사회도 조국 전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부정 의혹으로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상황이었다.

 

부모의 재력이 자녀세대의 삶을 결정하고 개천에서 더 이상 용이 나오기를 기대할 수 없는 사회..

이런 사회에서 청년들은 점점 영화 조커의 주인공처럼 낭떠러지로 밀려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리고 사회의 밑바닥으로 추락한 그 청년들은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심히 마음이 씁쓸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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