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공정'을 강조하며 "공정이 바탕이 돼야 혁신도 포용도 평화도 가능하다"라고 했다(https://www.hankyung.com/politics/article/201910221225H). 딸의 입시 부정 의혹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이후, 가중된 국정운영에 대한 부담감이 연설에 반영된 결과인 듯하다. 공정의 가치를 실현해달라는 국민적 요구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많이 늦은 감이 있다.
공정함에 대한 강한 목마름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관찰되는 현상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심화되고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빈자는 더욱 가난해지고 있다.
이러한 빈부 격차는 한 세대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더 이상, 부자와 빈자의 자녀가 같은 출발선상에 서서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는 대물림되고 부자의 자녀는 부자가, 빈자의 자녀는 빈자가 되는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다.
최근 홍콩에서 일어난 시위도 이러한 불공정한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만과 깊은 관계가 있다.
홍콩에서 범죄자를 중국으로 송환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인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여 일어난 이 시위의 이면에는 홍콩의 반 중국 정서가 숨어 있다.
홍콩 시민들은 왜 중국에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걸까?
홍콩은 빈부격차가 극심하기로 유명하다.
화려한 빌딩들 뒤에는 한 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 비싼 임대료에 시달리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빈곤층이 있다.
홍콩의 주택 임대료는 1평에 50만 원에 육박할 정도로 높지만, 이런 주택에도 입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고 한다.
홍콩의 주택 가격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데,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CBRE 홍콩 지사에 따르면 주택 가격은 4년 새 120% 가까이 올랐으며, 오피스의 평균 가격은 6년 새 두 배 반 가까이 올랐다고 한다.
이는 중국 경제 성장으로 자산이 많아진 중국인 투자자들이 홍콩 부동산 시장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산모들이 홍콩으로 원정출산을 오고 중국 학생들이 홍콩으로 유학을 오면서 중국인들이 홍콩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었다.
부자 중국인들이 집값을 상승시키고 일자리까지 빼앗는 바람에, 홍콩인들의 삶의 질이 낮아지고 점점 가난해져가고 있다는 불만이 생기는 것이다.
나는 최근 홍콩에 출장을 다녀왔다. 그리고 홍콩 시내에서 시위에 참여한 홍콩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검은 옷을 입고 우산을 들고 있는 홍콩인들을 보며, 빈부격차와 불공정한 사회 시스템에 시달렸을 그들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또한, 조국 사태로 이 사회의 불공정함을 다시 목도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도 위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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